귀하디 귀한 소리, ‘중고제’ 판소리 첫 서울 완창
중고제(中古制)는 동편제, 서편제보다 앞서 충청 경기 지역에서 발생해 널리 유행했던 판소리의 유파다. ‘고제에 가까운 옛소리’라는 뜻이다. 요즘 판소리에 비해 고졸 담백하면서 의젓하고 호방한 맛을 지녔다. 판소리 하면 흔히 전라도를 떠올리는 것과 달리, 충청도 정서와 말투가 밴 충청도 판소리라는 점에서 이채롭기도 하다. 고종과 순종이 사랑했던 국창(國唱), 일제강점기 최고의 인기스타, 이동백(1866-1949)이 같은 충남 서천 출신의 김창룡(1871~1935)과 더불어 중고제 판소리를 대표하는 명창이다.
오늘날 중고제 판소리는 고음반으로나 들을 수 있는 귀한 소리가 되어버렸다. 이동백 김창룡을정점으로 마지막 꽃을 피우고 쇠퇴했기 때문이다. 현재 스승에서 제자로 직접전승된 것은 이동백-정광수-박성환으로 내려온 적벽가의 일부, 초반부에 해당하는 ’삼고초려’부터 ‘박망파전투’까지 40분 분량이 유일하다.
2000~2003년 정광수에게 이 소리를 배운 박성환은 이동백 김창룡 등 중고제 명창들이 분창한 유성기반(폴리돌 적벽가)의 이동백 소리를 중심으로 후반부를 복원하고 다시 짜서 2시간30분 분량의 완창판소리로 만들었다. 그렇게 완창본을 만든 것이 2010년 경, 그 뒤로 꾸준히 갈고 닦아 중고제 탯자리인 충청의 논산, 공주, 홍성에서 네 차례 완창공연을 했다. 서울에서 중고제 적벽가를 완창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성환이 복원완창하는 중고제 적벽가는 중고제 판소리로는 유일한 완창본이자, 중고제 고유의 음악어법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판소리학자 최혜진(목원대 교수. 판소리학회 부회장)은 중고제 판소리의 전형을 이룩했다고 평가한다.
“박성환의 중고제 적벽가 후반부 복원, 완창은 충청지역의 중고제 판소리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후반부 복원이 ‘모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전승으로 터득한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중고제 판소리 중 이동백 제의 발성, 창법, 악조와 성음 등에 대한 원리를 스승으로부터 직접전승한 박성환의 적벽가는 중고제 판소리의 전형을 이룩한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계승은 다양한 유파의 판소리를 보여주어 획일화된 현대판소리의 전승방식과 유통에도 큰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혜진, ‘이동백제 적벽가의 전승과 변모’, <구비문학 연구> 제50집, 2018)